도서명끝 없이 이어지는 길 - 김영곤 산문집
저자/출판사김영곤/도서출판 동연
ISBN9788964479599
크기152*225mm
쪽수256p
제품 구성낱권
출간일2023-11-01
목차 또는 책소개상세설명참조



◈ 책 소개

저자는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냈다. 지금 75세 어간의 한국의 보통사람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게다가 저자는 불과 열세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또 중풍으로 쓰러지신 아버지가 끝내 돌아가시자 어린 동생들을 건사하며 정말 힘들게 살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당시 장이 서는 곳에서 사진사가 무차별로 사진을 찍고 나서 사진을 현상하도록 요구하며 사진을 파는 일이 있었는데, 마침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날 사진이 찍혔으나 초췌한 모습을 남겨 무엇하겠냐며 어머니는 사진 현상을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13살 아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 황망한 때였지만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찍은 사진을 백방으로 찾으려 했으나 끝내 찾지 못한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이제 저자는 캐나다의 토론토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살아가고 있지만 어리고 젊은 날의 고국에서의 일들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그 아프고, 슬프고, 또 힘들었던 그 시절의 기억이 더욱 새록새록 떠오르며 회한에 잠기게 된다. 또 한편 현재의 나를 만들어 준 그날과 그 시절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확인하기도 한다.


◈ 이 책을 추천합니다

수필에서 담담한 필치와 과장 없는 서술은 양질의 문학적 자질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글들이 수필의 진수를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은 필자의 생애가 문학과 부단히 연관되어 온 때문일 터이다.
해외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 교수로서 그의 글쓰기는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확장하고 심화하는 소중한 작업이 될 것이다.

_ 우한용(서울대 명예교수)
젊은 시절에 5년 정도 외국 생활을 해보겠다고 모국을 떠났다가 어언 50년이 되어 간다.
우리의 삶은 우연의 연속이다.
외국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면서도 나 자신은 모국어와 모국 정서에 대한 심한 갈증에 시달려야 했다. 나에게는 그 갈증을 달래는 방법의 하나가 내 속에 앙금처럼 고여 있는 생각과 느낌을 모국어로 적는 것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동포 신문사에서 청탁이 올 때마다 써 보낸 글들이 모였다.
이렇게 산문집을 내게 된 것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정착시키는 일이 자신을 돌아보고 확인하는 길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_ 지은이 〈머리말〉


◈ 저자 소개

󰠛 지은이 김영곤 󰠛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한국학 교수.
한국에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언어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20여 년 한국어 문학을 강의했으며, 워털루대학교에서 한국학 과정을 설립하고 현재까지 한국학 주임 교수직과 워털루 세종학당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이의 수필 중 “일레인 이야기”와 “개구쟁이의 추억”은 한국의 국정 및 검인정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 차례

머리말

모든 떠남에 대하여
여행 떠나기
별을 보여 줍니다
바다와 호수
그해 여름
가을 보내기
아름다운 것은 때가 있다
모든 떠남에 대하여

귀향기
스무 살 고개
서른 살 고개
귀향기(歸鄕記)
그래도 봄은 온다
봄을 맞이하며
코스모스가 있는 풍경
개러지 세일
자전거를 타면서

일레인 이야기
일레인 이야기
이발사 프랭크
베티와 벤
사라진 래리
길거리의 이웃들
어느 젊은 과학자
테리의 추억


고향을 돌아보라
고향을 돌아보라
산(山)아, 푸른 산아
감을 앞에 놓고
한길 옆 우리 집
친절의 파장(波長)
장애인에 대한 배려
어머니의 초상화
안동역에서
보초와 ‘동백아가씨’

흐르는 시간에 대하여
새 밀레니엄을 맞이하며
나이를 먹는다는 것
‘산 자’와 ‘죽은 자’
흐르는 시간에 대하여
과거로 가는 여정
금아(琴兒) 피천득 선생님
난정(蘭丁) 어효선 선생
스티븐 호킹을 생각하며
유진 오켈리

방랑자의 길
어머니와의 이별
아버지의 빈자리
개구쟁이의 추억
소년 시절 친구
아카시아와 교도소
한글날과 결혼식
선생님의 눈물
두 아들
방랑자의 길



◈ 본문 중에서

우리가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통해 바라보는 별이든, 천체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는 별이든, 아직도 그것은 감각의 세계의 것은 아닐지 모른다. 더구나 우리 눈에 보이는 별 중에는 이미 오랜 옛날에 반짝이다가 타 없어져 버리고 그 형상의 빛이 아득한 먼 길을 타고 와서 지금에야 우리 눈에 포착되는 경우도 많다니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환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밤하늘의 별을 내 눈으로 확인하려는 우리의 호기심도 무의미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별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모처럼 우리가 생존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아득한 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별을 바라볼 때 어느 누구도 거대한 우주 공간 속에서 섬광처럼 존재했다 사라지는 우리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떠남에 대하여_ 별을 보여 줍니다” 중에서

젊은 시절에는 경치 좋은 곳에 가서도 우선 ‘인증사진’부터 찍으려 하고, 특별한 사건이나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만남이 있을 때도 사진으로 기억해 놓으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러곤 생각이 날 때마다 그 사진들이 정리된 앨범을 뒤적여 보며 흐뭇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년을 지나면서 언제부턴지도 모르게 사진을 찍는 열정도 사라질뿐더러 앨범을 들춰 보는 기회도 드물어지게 된다. 그러나 책장 한구석에 놓여 있는 앨범에 어쩌다 눈길이 갈 때면 그 앨범 속에 한창 시절의 삶의 족적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이 되는 것이다.
“귀향기_ 개러지 세일” 중에서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문제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소박한 호기심과 자연스러운 의문을 억누르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가 단순한 질문이나 가까스로 얻은 조그만 단서를 정직하고 겸허하게 표현하지 않고, 번다한 말로 치장하거나 핵심을 이야기하지 않고 변죽만 울리다가 더 큰 혼란과 미궁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한다.
“일레인 이야기_ 어느 젊은 과학자” 중에서
어렸을 때는 어른의 세상은 철없는 어린아이들의 세계와는 판이한 형상을 지니고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갈수록 어른들의 세계도 어린아이들 세계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보기에 따라선 대단히 심오한 영역도 그 근본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생각하는 틀에서 그렇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고향을 돌아보라_ 나이를 먹는다는 것” 중에서